
개큰 더위가 찾아왔다. 오늘은 말 그대로 큰 더위를 뜻하는 절기, 대서(大暑)다. 사무실 에어컨도 무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는지 꿉꿉한 바람을 내뿜고 있다. 피부 진피층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은 습기를 달래줄 차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녹차, ‘교쿠로’다.
교쿠로는 ‘옥처럼 맺힌 이슬’을 의미한다. 우려냈을 때 맑고 투명하며 은은한 녹색을 띠는 모습이 마치 영롱한 이슬 같다고들 한다. 일드에서 지긋하신 부장님들이 사무실에서 납작한 시보리다시 다관으로 신중하게 내려 마시는 모습이 연출되곤 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교쿠로를 오이시타 재배법으로 키운 싹으로 만든 차로 설명한다. 차나무 위에 차광망을 씌워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아미노산과 엽록소 함량을 높이는 농법이다. 햇빛을 받지 못한 찻잎이 햇빛을 조금이라도 받아보려고 자체 성능을 레벨업시킨 결과다.
대서는 체감 열기가 가장 강한 절기인데, 교쿠로는 그 양기를 일부러 피하게 해서 만든, 말하자면 그늘진 음기 가득한 차다. 음양 밸런스에 안성맞춤이랄까.
햇빛을 철저히 제한해 만든 초록 밀도 높은 녹차인지라, 교쿠로 특유의 감칠맛, 즉 우마미는 정말 강하다.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는 웬 느끼한 육수 맛이 나서 삼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차갑게 냉침하거나 얼음에 급랭시켜 마셔보면, 더위를 싹 물러가게 하는 여름 맛 그 자체다. 비싸지만 않으면 오차즈케도 자주 만들어 먹고 싶은 맛.
혼이 쏙 빠지는 날씨에 이성을 잃고 하는 소비 중에선, 교쿠로 한 잔이 가장 선한 사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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