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하다. 너어어무 습하다! 오늘은 더위의 시작을 의미하는 여름 절기, 소서(小暑)다. 최근 한반도 북쪽 상공에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이 자리를 잡으며 남쪽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지연시켰다. 한낮 기온 40도에 이르는 유럽의 열돔 현상과는 반대로 그들의 쾌적한 여름 날씨를 뺏어온 모양새가 됐는데, 마치 수건돌리기하듯 지구를 둘러싼 기단을 랜덤으로 차지한 기분이다. 당장은 시원해서 좋지만 언제 또 폭염 폭탄을 떠안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잠깐 선선했던 6월을 보내고 여지없이 한반도의 7월은 물기 가득이다. 소낙비를 가득 머금은 하얀 먹구름이 퍽 신비로워서 한참 넋을 놓고 쳐다봤다. 자욱한 풍경에 어울리는 차는 정산소종이다. 서양권에서는 랍상소총이라 불린다.
세계 최초의 홍차로 알려진 이 차는, 명나라 말기 차 생산지인 무이산 동목촌에 군대가 들이닥치며 차 생산이 중단되자, 창고에 방치되어 발효될 위기에 처한 찻잎을 살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 장작을 태워 인위적으로 열을 가해 건조(훈연)시킨 게 그 시작이라 전해진다.
훈연한 차답게 스모키함이 특징이나, 그와 함께 치고 올라오는 달큰함, 말린 과실, 미네랄, 긴 여운이 높게 평가된다. 특히 중국 남부지역의 열대과일 용안 향이 기분 좋게 올라온다.
여름철엔 곰팡이 방지를 위해 보일러를 부러 가동하여 실내 온도를 높이고,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을 늘려 상대 습도가 낮아지게 하기도 한다. 팔다리에 척척 달라붙는 무더위를 정산소종의 스모키함으로 날려버리는 건 어떨까 싶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