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나는 정신 차려보니 1주일 만에 〈커피프린스 1호점〉을 정주행했다. 완연한 여름이 왔다는 말씀.
오늘은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시기, 망종(芒種)이다. 기온은 부쩍 오르고 비는 쏟아지며, 식물도 사람도 괜히 좀이 쑤신다. 초록이 무섭게 번지고, 생장이 노동이 되는 계절의 클라이맥스에 가까운 시기다.
이렇게 싱숭생숭한 때에 어울리는 차는 백호오룡이다. 흔히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대만 우롱차는, 재미있게도 벌레 먹은 잎으로 만들어진다.
차나무 잎이 작은 매미충인 차록소엽선의 공격을 받으면, 차나무는 방어 반응을 일으키며 향기 성분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동방미인 특유의 꿀향, 과일향, 꽃향을 끌어올리는 핵심 조건으로 여겨진다. 말하자면 초록애매미 한정 방어기제인 셈이다.
경칩에서 벌레가 깨어났다면, 망종에서는 벌레가 본격적으로 계절의 일부가 된다. 망종은 작물과 해충, 비와 더위, 성장과 노동이 모두 뒤섞이는 시기이고, 동방미인은 바로 그 교란을 향으로 바꾼 차다. 벌레는 정말정말정말 싫지만, 이렇게 그들의 비자발적 공동 제작(?)에 기대는 나도 참 간사한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이 차를 마시고 춤추는 동양의 미인처럼 아름답다며 Oriental Beauty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름 하나로 차의 운명이 달라지는 걸 보면, 역시 브랜딩의 중요성이란!
초록이 무섭게 불어나는 이 시기. 초록애매미와 차나무의 기묘한 협업이 빚어낸 대만발 스몰 럭셔리 한 잔으로, 들끓는 여름의 초입을 달래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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