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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24절기_춘분

춘분 & 사계춘


최근 퇴근길이 밝아졌다. 땅거미가 지기 직전, 집 근처에 다 와갈 무렵 가로등 군단이 일제히 팟- 하고 켜지는 걸 보는 소소한 기쁨이 있다. 쓸 수 있는 하루가 길어진 느낌.

오늘은 태양이 적도를 통과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 춘분이다. 빛의 균형이 맞춰지는 날. 그 이후부터는 낮이 조금씩 길어지니, 봄이 이기는 생명력의 순간이기도 하다.

다만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완전히 방심하긴 이른 이런 날엔, ‘사계절 내내 봄’이란 뜻의 청차(우롱) 사계춘을 추천한다. 수확 기간이 길고 생장력이 강한 품종으로 만드는 차 세계의 에버그린. 우롱 중에서도 맑고 깨끗한 바디와 은은한 단맛을 살리기 위해 비교적 가벼운 산화와 로스팅(배화)을 거친다.

사계춘은 차 재배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대만의 로컬 품종으로, 목책(木柵) 지역 농민이 스스로 선발·육성해 대만 농업부 차급음료작물개량장(TBRS)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질병에 잘 저항하고 발아가 빠르며 가지 아래쪽으로도 새싹이 잘 나는 등 생장·수확 효율이 높다고. 길고 긴 음의 계절을 뚫고 움트는 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날이 풀릴랑 말랑, 괜히 두꺼운 겉옷을 벗어던졌다가 시린 바람에 호되게 당해버린 3월. 감기에 걸려 시무룩했지만 곧 햇살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사계춘 한 잔으로 호록 채워봐야겠다.


춘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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