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와 24절기_경칩

경칩 & 누와라엘리야


긴 방학 후 버스며 지하철을 다시 오밀조밀 채워넣는 학생들을 보며 3월이 왔단 걸 실감한다. 숨었던 벌레와 개구리가 놀라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은, 봄을 맞는 설렘과 벌레를 맞는 공포가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 무렵 찾아오는 개학날과도 닮았다. 학교도 회사도 모두모두 정글임.

아직 찬 기운이 남아있지만 새싹도 교복도 땅속과 옷장 속에 깊이 잠들어있다 깨어나는 이 시기에 어울리는 차는 스리랑카의 홍차 ‘누와라엘리야’다. 스리랑카의 옛 이름은 ‘실론’으로, 우리가 익히 들어온 실론티가 바로 스리랑카 홍차를 지칭한다.

본래 커피 산지였던 스리랑카의 커피나무에 역병이 돌고, 19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차 재배업자 제임스 테일러와 상인 토머스 립톤(립톤 아이스티 그분 맞다)이 영국령 실론에서 차 재배를 본격 추진하며 지금까지 차는 국가적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누와라엘리야는 영국 식민지 시절 산악 휴양지로 활용되어 지금도 영국풍 건물과 정원 문화를 지녀 ‘리틀 잉글랜드’라 불린다.

실론티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누와라엘리야는 하이 그로운(고지대) 실론 중에서도 녹차와 유사한 은은하고 섬세한 향을 자랑한다. 해발 1,800-2,000m대의 서늘한 기후가 찻잎에 스트레스를 주어 차나무가 적응을 위한 특별한 화학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향기를 피어낸다는 점에서 초봄에 어울리는 누와라엘리야. 겨울잠에서 깨어난 둔중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깨워주는 가볍고 맑은 고지대 홍차 한 잔이 어떠실지.


Tags:

댓글 남기기

Eden Jang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