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단순한 투기성 장난감으로 치부됐던 중국의 “디지털 컬렉터블”(Digital Collectible, 数字藏品)이 이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 산하 앤트그룹(Ant Group)이 지원하는 플랫폼 “징탄”(鲸探)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수백 년 된 문화유산이 결합된 ‘문화투자’ 열풍이 번지고 있다. 청명상하도(清明上河图)에서 청동 유물까지, 디지털화된 유산은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대체자산, 감성의 매개, 그리고 국가문화 브랜딩 수단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기에서 벗어난 지금,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디지털 컬렉터블은 중국식 ‘안전자산’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문화와 상업의 하이브리드: 유물에서 자산으로
중국 디지털 컬렉터블 열풍이 글로벌 NFT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전통문화에 기반한 설계이다. 서구 NFT가 픽셀화된 디지털아트나 유명인 밈(meme)에 집중한 반면, 중국 플랫폼은 박물관 IP, 무형문화유산, 국가 차원의 문화콘텐츠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2025년 초, 한 대학생이 징탄에서 발행한 삼성퇴(三星堆) 청동가면 디지털 컬렉터블을 39.9위안(한화 약 5,600원)에 구매해, 1,800위안(약 25만 2,000원)에 되팔아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오프라인 전시와 연동된 청명상하도(清明上河图) 디지털 컬렉터블은 실물과 디지털의 가치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며 사용자에게 실질적 체험과 자산가치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Z세대가 이끄는 ‘소유의 의례 경제’
이러한 성장세의 핵심 동력은 중국 Z세대 소비자층이다. 이들은 디지털 컬렉터블을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표현수단으로 받아들인다. 구매 과정은 일종의 게임화된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스터리 박스, 한정시간 발매, 전시연동 혜택 등으로 몰입형 소비루프를 형성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수집한 아이템을 샤오훙슈(小红书)나 위챗 모멘트(WeChat Moment)에 공유하며, 이를 사회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가치와 심미성이 투자 수익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담은 디지털 토큰인 셈이다.
新기술이 바꾸는 감각: ‘체험형 자산’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컬렉터블
중국의 디지털 컬렉터블은 이제 정적인 NFT를 넘어 체험 중심의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플랫폼들은 AR/VR, AIGC(생성형 AI 콘텐츠),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 등을 접목해, 착용 가능한 디지털 아이템, 3D 시각화, 메타버스 전시 등의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징탄은 최근 둔황연구원(敦煌研究院)과 협업해, 이용자들이 고대 벽화를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한편, 과거에는 기술적 환상으로 여겨졌던 크로스체인 기능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스파크체인”(SparkChain)과 같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자산의 유동성과 활용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문화금융과 정책지원: 국가전략으로의 진화?
이러한 진화는 단지 시장의 자생적 움직임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산업표준 수립, 법적지위 정의, 투기성 상품에서 실용적 자산으로의 전환유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징탄과 “위안징보위”(元境博域)의 합병, 그리고 “빅버스”(Bigverse)의 공격적인 인수 활동이 진행되며, 산업 전반의 급속한 통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컬렉터블은 이제 금융상품 및 대출담보 자산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상하이와 저장(浙江) 등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도화와 표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문화기관들은 소장 IP를 디지털화해 공공 및 상업적 활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문화 자산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리스크 재정의: 암호화폐 변동성에서 문화적 닻으로
최근 암호화폐 급락과 증시 조정 등 금융시장 충격 속에서도 디지털 컬렉터블은 예상을 깨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4월 7일 중국 주요 증시 지수가 10% 이상 폭락한 날, 징탄은 8개 부문 중 6개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자산을 단순한 문화적 표현수단을 넘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역사적·국가적 의미를 담고 있는 컬렉터블은 그 자체로도 신뢰 가능한 가치를 지닌 문화적 앵커로 작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동양의 디지털 금(금융 안전자산)”이라 칭하기도 한다.
유희에서 전략으로
이제 중국의 디지털 컬렉터블은 더 이상 투기성 장난감이 아니다. 문화적 자산이자 사회적 통화, 그리고 신흥 금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문화 재생이라는 두 축 사이를 오가는 중국에서, 디지털 컬렉터블은 상업과 기억, 그리고 국가적 소프트파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존재가 되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의 말처럼, “NFT는 유행이었다. 중국의 디지털 컬렉터블은 전략이다.”
2025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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